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LIFE

아기의 언어 발달


큰아이에게 들려줄 동시집을 대출한 적이 있었습니다.여러 편을 읽어가던 중 정재완 씨의 <우리 가족>이라는 동시를 읽을 때 생후 11개월 된 예은이가 까르륵까르륵 웃어댔습니다.다시 반복하여 "언니 매에매,나 꼬꼬,아빠 찍찍찍,서울이모 갓난이도 찍찌찍,엄마 용띠 용용.."을 소리내어 읽으니 마찬가지로 까르륵 거립니다.읽은 엉양이 아기에게 꽤나 재미있었나 봅니다.또 두 돌이 못 되었을 때는 제가 둘째보고 "텔레비전 좀 끄고 올래?" 하는 말을 듣고는 벌떡 일어나더니 "놔라 껐다"며 끄지 말라는 뜻을 이상하게 표현했습니다.

이처럼 아기들은 어른들이 이해할 수 있는 말로 줄줄 이야기할 수 있기 전에 많은 개념을 형성하고 반응하는 것을 알수 있습니다.




심리학자 아이마스는 최근 갓난아이들의 언어능력을 연구했습니다."바(ba)"와 "파(pa)" 발음을 아이가 구분해낼 수 있는지 없는지에 대한 연구인데,'바'와'파'소리를 구분하는 것은 어른들도 제대로 해낼 수 없습니다.

영어를 외국어로 습득한 사람 가운데 유창하게 말할 수 있는 사람들도 가끔 '바'와'파'를 정학하게 구분해낼수 없을 만큼 이 발음들이 어렵다고 합니다.그런데 아이마스가 생후 4주 된 아기를 대상으로 실험한 결과 그 아기들은 구분해 냈다고 합니다.

실험인즉,생후4주 된 아기들에게 입놀림 젖꼭지를 빨게 한 뒤 두 집단으로 나누었습니다.양쪽 집단 아기들의 입놀림 젖꼭지를 스피커에 연결해놓고 '바' 또는 '파' 소리가 나게 했습니다.한쪽 집단의 아기들에게는 '바'소리만 들리게 하고,다른 집단 아기들에게는 '파'소리만 들리게 해놓은 것입니다.

'바'소리만 들을 수 있는 아기들은 예상한 대로 처음엔 '바' 소리를 듣기 위해 열심히 입을 놀려 젖꼭지를 빠는 행동을 하더니 한참 들은 뒤에는 입놀림을 그쳤다고 합니다.그러나 아기들이 '바'소리에 흥미를 잃은 뒤 '파'소리를 새로이 듣게 해주었더니 아기들은 다시 열심히 입놀림을 시작했습니다.처음엔 '파'소리를 듣게 했다가 나중에 '바'소리를 듣게 한 아기들도 마찬가지 반응을 보였다고 합니다.

이는 아기들이 이미 알고 있는 소리와 다르게 들리는 소리를 명확하게 구분해낼 수 있는 능력이 있다는 것을 증명하는 실험입니다.아기들은 스스로 언어를 배워나갑니다.

우리 어른들은 되도록 바른 말 고운말을 폭넓게 사용하는 자세를 지니고 행동하여 아기들의 언어능력이 신장되도록 도와주어야 합니다.아기들의 무한한 능력이 제 나름대로 꽃필 수 있도록 우리 어른들은 권위자가 아닌 안내자라는 마음으로 아기를 대해야 합니다.




아기들의 언어는 단계를 거쳐 이루어집니다.처음에는 옹알이를 하는데 알아들을 수는 없지만 그 기분은 알아낼 수 있습니다.옹알이를 하는 아기를 곧추들고 눈을 바라보며 맞받아 이야기를 해주면 더욱 신이 나서 옹알이하는 횟수가 많아지는 것을 알 수 있습니다.자기 의사가 전달되는 것 같아 즐거움을 느끼는 건지도 모르고,또 자기를 상대해주는 사람과의 사귐이 즐거워서 그러는지도 모릅니다.

옹알이 시기가 지나면 아기들은 한 단어를 사용하는 시기를 맞습니다.'엄마' 하며 어른 모두를 뜻하며 '맘마'하면 먹는 음식을 모두 지칭할 때가 있습니다.

막내가 바로 한 단어를 사용할 무렵,아이들을 데리고 택시를 탄 적이 있습니다.그런데 막내는 택시에 타자마자 운전기사를 가리키며 '아빠,아빠' 하는 것이었습니다.막내는 그 운전기사뿐 아니라 전기검침원,신문배달부,음식배달하는 사람 등 어른 남자들을 총칭해서 아빠로 이해하는 것입니다.남자인 아빠와 다른 남자들을 같은 남잘 동일시해내는 분류능력이 생겼지만 남자와 아빠라는 단어의 의미는 아직 파악하지 못한 것입니다.




말 한마디를 배우면 자기 나름대로 여기저기 적용해보다가 자기 엄마 이외의 어른 여자는 '아줌마',아빠 이외의 어른 남자는 '아저씨'라고 부를 수 있게 됩니다.만 두 돌이 되면 아기는 두 단어를 묶어서 의사를 표시하게 됩니다.'엄마 맘마''아빠 코''엄마 아파'등 수도 없이 말들을 묶어냅니다.어떤 때는 아기들의 말이 우습게 묶여서 허리를 잡고 웃어야 할 때도 있지만,아기들은 말을 만들어내는 것을 재미있어하고 지칠 줄 모릅니다.남이 알아듣건 말건,웃건 말건 상관 없이 하는 어린 아기들의 말은 날이 갈수록 늘어나게 됩니다.

만 세 돌이 되면 아기들은 세 단어를 써서 말을 하게 됩니다.그런데 이때의 아기들은 처음에 배운 것을 이용해서 말하기를 즐깁니다.'난 안 할 거야'에서 '내 거 안 바지야''난 안 바보야''내 거 안 삼촌이다'로 옮겨지는 등 '안'자를 일반화해서 상요하는 모습을 볼 수 있습니다.




아기들이 말을 시작할 때 관찰해보면 강제로 가르치거나 달달 외우게 해서 배우는 게아니라는 것을 알 수 있습니다.자기 스스로 듣고 익힌 것을 서툴지만 열심히 연습해보면서 말을 잘하게 되는 것입니다.

우리 어른들이 할 수 있는 일이란 바른 말을 사용함으로써 아이들에게 풍부하고 올바른 언어환경을 만들어주는 것입니다.어른들이 ㅆ는 어휘라든가 말하는 태도들이 어느새 아기의 어휘와 태도 속으로 스며들게 되기 때문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