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LIFE

사람의 염색체와 핵형

'콩 심은데 콩 나고, 팥 심은데 팥 난다'라는 속담에서 보듯 개는 강아지를 낳고, 닭은 알을 낳아 부화시켜 자신과 닮은 자손을 만들어 대를 이어갑니다. 사람도 자신과 닮은 자손을 만들어 대를 이어가지요. 이렇게 생물 종들이 자신과 닮은 후손을 탄생시켜 대를 이어갈 수 있는 것은 종마다 다른 특징을 지닌 유전자(DNA)를 가지고 있기 때문입니다.


유전자는 세포의 핵 속에 존재하는 염색체(chromosome)에 놓여 있는데, 염색체는 세포가 분열을 할 때 현미경을 통해 관찰할 수 있는 구조로 염기성 색소에 염색이 잘되기 때문에 붙여진 이름입니다. 염색체는 생물 종에 따라 수와 크기가 다양하게 나타납니다. 그 실례로 닭의 염색체 크기는 0.25미크론(0.00025mm) 정도에 불과하지만 초파리의 침샘염색체는 크기가 2mm나 됩니다. 동물에서 염색체 수가 가장 적은 것은 말의 기생충으로 2n=2 입니다. 파리는 2n=12, 메뚜기는 2n=18, 집쥐는 2n=40, 잉어는 2n=104 입니다.


우리는 자신의 유전자를 간직하고 있는 염색체에 대해 얼마나 알고 있을까요? 이번 포스팅에서는 사람 염색체의 수와 함께 구조적 특징에 대해 알아보도록 하겠습니다. 그리고 성(性)의 결정 원리와 염색체수의 이상(異狀)에 따라 발생하는 유전 질환에 대해 알아보겠습니다.




지금으로부터 60여 년 전만해도 사람 염색체의 형태는 물론 수도 명확하게 밝혀지지 못한 상태였습니다. 그래서 어떤 학자는 사람의 염색체 수가 47개라고 주장하고, 또 다른 학자는 48개로 주장하기도 했습니다.

1956년에 이르러 중국인 생물학자 치오(Tjio)와 스웨덴의 생물학자 레빈(Levan)이 사람의 백혈구 세포를 시험관 내에서 배양하여 염색체를 확인할 수 있는 획기적인 방법을 개발해 사람의 염색체 수가 46개(2n=46)라는 사실이 밝혀졌습니다.


생물의 염색체 수를 2n으로 표기하는 것은 유성생식을 하는 생물의 몸을 구성하는 체세포의 염색체는 부계와 모계로부터 각각 n개의 염색체를 받아 이뤄지기 때문입니다. 부계의 정자와 모계의 난자로부터 받은 염색체는 세포분열을 할 때 같은 염색체끼리 짝을 이루게 되는데, 이렇게 서로 짝을 이루는 염색체는 상동염색체(相同染色體)라고 부릅니다.


1960년대 후반기 들어 상동염색체 쌍을 구별할 수 있는 분염범(分染法)이 개발되어 46개의 염색체에 대한 핵형(karydype) 분석이 이뤄졌습니다. 핵형이란 상동염색체 쌍을 크기 순서로 배열하여 나타내는 것을 일컫는 말입니다.

1971년 프랑스 파리에서 개최된 국제인류염색체회의에서 사람의 핵형 표기법이 국제적으로 통일되었습니다.

사람의 염색체는 아래 그림에서 보는 것처럼 22쌍의 상염색체(常染色體)와 성의 결정에 관여하는 한 쌍의 성염색체(性染色體)로 이뤄져 있습니다. 핵형의 표기는 염색체의 총수와 함께 성염색체의 구성을 표시해 나타내는데, 남자는 2n=46=44+XY, 여자는 2n=46=44+XX로 타나냅니다. 이들 식에서 44는 22쌍의 상염색체를 나타낸 것입니다.





그렇다면 사람의 성은 어떻게 결정이 되는 것일까요? 사람의 성염색체는 X와 Y로 구분이 되며, 여성은 XX, 남성은 XY로 표기합니다. 사람 성의 결정에 Y염색체에 있는 유전자가 중요한 역할을 하는 것으로 밝혀져 있습니다.

1990년에 영국의 한 연구팀은 Y염색체 상에서 SRY라는 유전자가 제대로 기능하지 못하면 정소 대신 난소가 발달됨을 보고한 바 있습니다.

감수분열 시에 성염색체가 분리될 때, 여성의 성염색체 조성은 XX이기 때문에 난자에는 하나의 X염색체만 존재하는데 비해, 성염색체 조성이 XY인 남성의 경우에는 X를 가진 정자와 Y를 가진 정자가 만들어지게 됩니다. 따라서 X를 가진 정자가 난자와 수정되면 XX 조합의 수정란이 되어 딸로 태어나게 되고, Y를 가진 정자가 난자와 수정되면 XY 조합의 수정란이 되어 아들로 태어나게 됩니다. 정자의 생성 과정에서 X를 가진 정자와 Y를 가진 정자가 반반씩 만들어지기 때문에 아들과 딸이 태어나는 확률은 각각 1/2로 동일합니다.




정자와 난자가 만들어지는 감수분열 과정에서 특정 상동염색체가 분리되지 않는 비분리(nondisjunction) 현상이 발생해 염색체 수가 하나 더 많거나 적은 정자나 난자가 만들어 질 수 있습니다. 이렇게 생긴 비정상적인 정자나 난자로 수정이 되면 염색체 수에 이상이 생겨 비정상적인 아기가 태어나게 됩니다. 염색체 수 이상으로 나타나는 유전성 질환은 상염색체 이상과 성염색체 이상으로 구분합니다.


상염색체 수의 이상으로 나타나는 대표적인 유전병의 예로는 다훈증후군(Down Syndrome, 2n=47)을 들 수 잇습니다. 다운증후군은 감수분열 시 21번 염색체의 비분리 현상에 의해 21번 염색체를 2개 가진 정자나 난자가 만들어져 발생하는 현상입니다. 21번 염색체 3개를 가진 다운증후군 환자는 둥글고 넓적한 얼굴과 펑퍼짐한 콧날에, 키가 정상에 비해 작고 수명이 짧은 특징을 보입니다.


성염색체 비분리에 의해 나타나는 유전질환으로는 터너증후군(Turner Syndrome)과 클라인펠터증후군(Kleinfelter Syndrome) 등을 들 수 있습니다. 터너증후군은 성염색체가 하나 부족해 나타나는 현상(2n=45=44+X)으로 Y염색체가 없어 성은 여성이지만 난소와 유방이 정상적으로 성숙되지 않고 불임 증상을 보입니다. 터너증후군이 나타날 확률은 1/5천 입니다.


성염색체가 하나 더 많은 XXY인 클라인펠터증후군 환자는 Y염색체를 지니고 있어 성은 남성이지만, 성기의 발달이 미숙하고 유방이 발달하는 특징을 보이며 단명합니다. X염색체를 3개 가지는 XXX증후군도 있으며, Y염색체를 2개 가지는 XYY증후군도 있습니다. 태어날 확률이 1/1천 XYY 증후군은 대체로 정상 남성으로 태어나지만, 일부 지능 저하 현상이 나타나기도 합니다.




색맹(色盲)은 색맹유전자가 X염색체에 놓여 있어 나타나는 유전 현상입니다. 그 실례로 부모가 모두 외형적으로는 색맹이 아니지만 어머니가 보인자(X'X;X'는 색맹유전자를 지닌 염색체)인 경우를 살펴봅니다. 이 경우 성염색체 조성이 아버지는 XY, 어머니는 X'X 이기 때문에 딸들은 모두 외형적으로는 정상이지만 유전자형은 X'X와 XX로 보인자와 정상인 딸이 태어나느 확률이 반반입니다. 그에 비해 Y염색체 가지는 아들의 경우에는 유전자형이 XY나 X'Y로 아버지는 정상이지만 아들 두 명 중 하나는 색맹(X'Y)으로 태어나게 됩니다.


염색체 이상의 발생 확률은 산모의 경우 연령이 높을수록 높게 나타나는데, 다운증후군의 경우 확률이 산모의 나이가 20세에는 1/2,300 이지만 30세에는 1/1,200 , 40세에는 1/100로 높아집니다. 이는 늦둥이를 낳을 때 유념해야 할 사항으로 생각합니다.


이상으로 사람의 염색체와 핵형 그리고 성염색체가 성의 결정에 미치는 영향에 대해 알아보았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