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하철을 이용하다보면 무릎 통증으로 지하철 계단에 고통스럽게 서있는 어르신을 자주 보게 됩니다. 끝이 없을 것 처럼 보이는 긴 계단을 바라보는 눈빛을 보면 안쓰럽기까지 합니다. 비가 오거나 날씨가 갑자기 추워지면 이러한 관절통증은 더욱 심해집니다. 친구들이랑 여행도 가고 운동도 하고 싶지만 그저 마음 뿐입니다. 몸을 움직일 때마다 관절들이 오래 사용한 녹슨 기계처럼 삐걱거리는 것입니다. 이렇게 뼈와 뼈를 연결해 주는 관절의 연골이 수명이 다되어 닳아 없어지면 뼈끼리 부딪치게 되면서 염증과 통증을 유발하게 됩니다. 이를 일반적으로 '퇴행성관절염'이라고 합니다.
예전에는 이를 노화현상의 일환으로만 생각해 퇴행관절염이라 불렀지만 최근에는 과체중, 관절부상 등 다양한 원인이 있는 것으로 밝혀지고 있어 '골관절염'이라는 새 용어를 사용하고 있습니다. 골관절염의 주요 증상으로는 관절통, 뻣뻣함 등이 있습니다. 또 관절을 움직일 때마다 관절 마찰음이 들리기도 합니다. 아침보다는 저녁시간 또는 운동 후에 관절이 붓고 열이 나면서 아파 고통이 이만저만이 아닙니다. 그래서 손상이 심해질 경우 일상생활이 어려워지기도 합니다.
골관절염은 남성보다는 여성게서 더 많으며 주로 체중 부하가 큰 관절에서 많이 발생합니다. 예를 들어 무릎관절, 엉덩이 관절이나 평소 많이 사용하는 손 관절 등이 여기에 해당합니다. 한편 골관절염과 증상이 유사해 헷갈리기 쉬운 질환으로 '류마티스 관절염'이 있습니다. 이 질환은 몸 속 면역체계 이상에 의한 자가면역 질환의 하나이며 골관절염과 달리 젊은 나이에도 많이 발생합니다. 주로 손가락, 손목, 무릎, 발가락 등 여러 관절이 아프고, 관절 외에도 열이 나고 피로감이 심해질 수 있으며 구강건조나 안구건조, 혈관이 막히는 혈관염 등의 전신 증상이 나타날 수 있습니다.
지난 1월 질병관리본부가 발표한 국민건강영양조사 자료 분석 결과에 따르면 우리나라 50세 이상 성인의 골관절염 유병률은 12.5% 였습니다. 이중 남성이 5.1%, 여성이 18.9%로 남성보다 여성의 골관절염 유병률이 3.7배 높았습니다. 또한 연령이 증가할수록 골관절염 유병률도 크게 증가하는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50대가 4.7%, 60대는 14.0% 였으며 70대 연령층은 26.1%로 50대에 비해 5배나 높은 유병률을 보였습니다.
이처럼 나이가 들면서 발생하기 쉬운 골관절염의 치료법에는 어떤 것들이 있을까요? 일반적으로 골관절염은 관절이 점차적인 퇴행성 변화를 겪는 것이므로 완전히 정상적인 수준까지는 돌이킬 수 없습니다. 따라서 골관절염의 치료는 개인의 증상에 맞는 치료방법을 사용해 관절 통증은 조절하고 치료 부작용은 최소화하도록 합니다. 관절의 기능과 삶의 질을 개선하는데 치료의 목표를 두고 있는 것입니다. 특히 골관절염은 단순히 신체적인 고통 뿐 아니라 통증으로 인한 수면장애, 우울감 등 심리적인 부분에까지 영향을 미칩니다. 삶의 질을 유지하고 독립적인 생활을 영위하기 위해서는 질환에 대한 정확한 인식, 적절한 약물치료와 규칙적인 재활운동, 생활수칙 준수 등이 매우 중요합니다.
현재까지 알려진 골관절염의 약물치료법을 살펴보면 투여방법에 따라 먹는 약(경구제), 바르거나 붙이는 외용제와 아픈 관절에 직접 주사하는 국소주사제 등으로 나눌 수 있습니다.
먼저 먹는 약을 살펴보면 아세트아미노펜은 관절의 통증을 개선하기 위한 약물로 비스테로이드 소염진통제(NSAID: Non-Steroidal Anti Inflammatory Drug)나 마약성진통제에 비해 부작용은 적지만 효과가 강하지 않다는 한계가 있습니다. 한편, NSAID는 손, 엉덩이, 무릎 등의 통증 및 염증 완화를 위해 골관절염에 흔히 사용되는 약물입니다. 이들 약물은 통증과 염증을 일으키는 COX-2(Cyclooxgenase-2) 효소뿐만 아니라 위장관을 보호하는 COX-1 효소까지 동시에 억제합니다. 그래서 장기 복용 시 속 쓰리, 구역질, 상부 위장관의 궤양 및 응고기전의 부작용이 나타날 수 있어 의사의 처방에 따른 신중한 투여가 필요합니다. 특히 위장관계 출혈 및 궤양을 앓고 있거나 그 병력이 있는 환자, 항응고제를 복용하고 있는 환자나 다른 NSAID 약물을 장기간 투여하는 환자의 경우 위장관계 등 부작용 우려가 있으니 반드시 자신의 상태를 의사나 약사에게 알려야 합니다.
또한, NSAID 약물은 아스피린을 지속적으로 복용하고 있을 경우 아스피린의 혈전 예방효과를 감소시킬 수 있습니다. 고혈압약(베타차단제, ACE억제제)을 복용할 경우에는 혈압 상승과 부종 등의 부작용이 발생할 수 있으니 주의해야 합니다. 대표적인 성분으로는 이부프로펜, 나프록센, 아세클로페낙 등이 있습니다. 최근에는 COX-2만을 선택적으로 억제해 소화기계의 부작용을 줄여주는 새로운 기전의 NSAID 약물 (예: 세레콕시브, 에토리콕시브, 폴마콕시브)이 개발되어 사용되고 있습니다. 하지만 이 약물들 역시 고혈압, 심부전 등의 부작용이 나타날 수 있습니다. 그러므로 관련 질환 환자의 경우 꼭 필요한 경우에 최소한으로 투여하는 신중함이 필요합니다.
외용제는 통증이 있는 관절 부위에 바르거나 붙이는 제제(로션, 겔, 연고, 패치 등)입니다. 주로 경증내지 중증도의 골관절염에 사용됩니다. 외용제는 경구제와 함께 사용되거나 경구제를 사용할 수 없는 환자에서 사용합니다. 대표적인 성분으로는 케토프로펜, 록소프로펜, 피록시캄 등이 있습니다. 외용제 적용 부위에 피부 발진이나 두드러기 등이 나타나는 경우에는 즉각 사용을 중지하고 의사나 약사와 상의해야 합니다.
또 외용제를 사용한 후에는 반드시 손을 씻도록 해야합니다. 케토프로펜 성분이 함유된 외용제의 사용 중 똔ㄴ 사용 후 2주까지는 햇빛이나 자외선에 의해 피부 두드러기, 물집, 발진 등이 나타날 수 있으므로 외출 시 약물 도포 부위를 가려주도록 합니다.
국소주사제는 골관절염의 활막염, 외상 후 골관절염 등에서 통증이 있는 관절 안으로 직접 주사하는 의약품입니다. 활막의 염증을 억제하여 통증을 개선시키는 부신피질 호르몬제와 연골 합성을 자극하고 퇴행을 억제하는 히알루론산 제제가 있습니다. 히알루론산제제는 제품 특성에 따라 투여횟수(1회 제형, 3회 제형, 5회 제형)가 다르므로 투여 전 의사와 상담을 하도록 합니다. 이들 주사를 투여한 후에는 관절을 많이 움직이는 운동 등은 피하고 충분한 휴식을 취하는 것이 바람직하겠습니다.
이상으로 골관절염의 정의와 증상 그리고 치료방법에 대해 알아보았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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