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LIFE

한식의 개발과 세계화를 위한 흐름


최근 한식을 공부하는 젊은 학생들이 많이 늘고 있는 것은 반가운 일입니다.그동안 학계에서는 식품영양학자가 실생활의 요리에서는 요리연구가들의 한식 연구 활동이 중심이었습니다.그리고 몇 년 전부터는 푸드스타일러스트(Foodstylist)라는 새로운 직종도 등장했습니다.광고,잡지,방송 등 다양한 매체에서 활동하는 이들은 푸짐한 것이 먹기 좋다는 식이 일반적이었던 한식의 모양새를 변화시킨 일등공신입니다.서양식에 비해 음식을 꾸미는 테크닉이 발달하지 않았고,색감과 모양새가 자연 재료에 가까운 한식을 맛깔스럽게 연출하는 법을 고민하고 선보이는 것이 이들의 일입니다.




또 이제 한식 요리연구가들은 전통 방식만을 고수하지 않고 새롭게 거듭난 한식,즉 한식을 서양식처럼 전식-본식-후식의 코스 요리로 개발하면 어떨까 하는 문제에 대해 고민합니다.일종의 한식의 퓨젼(fusion)화 현상입니다.최근 문을 연 한식 레스토랑에서는 자연스럽게 한식 코스 요리를 만날 수 있습니다.양념을 변화시킨 나물이나 생채 등을 샐러드의 자리에,맑은 국이나 죽은 수프의 자리에,갈비나 너비아니 구이 또는 전복이나 더덕 같은 고급 식재료를 이용한 요리 등 몇 가지 일품요리를 본식의 자리에 배치할 수 있습니다.




밥을 먹어야 식사가 완성되는 우리의 식습관상 이러한 코스식의 말미에 밥과 국과 김치,간단한 찬 등을 짜맞춰 식사를 마무리하도록 하는 것도 한식 코스 요리만의 특징이 될 수 있습니다.한식은 음료와 디저트 부분이 약한데,이 부분은 궁중음식이나 사찰음식의 다과상에서 참고해 다양한 메뉴를 개발할 수 있을 것입니다.더불어 와인 이라는 음식이 가진 보편적 인기를 빌려 한식에 어울리는 와인을 찾아내 꾸준히 소개하는 일도 한식의 세계화에 밑거름이 될 수 있습니다.


채식 중심의 식문화라는 차원에서 보았을 때 한식은 가장 독창적입니다.이러한 특징을 살려 채식주의자를 위한 메뉴로서 코리안 푸드를 소개하는 일은 분명 개발 가치가 있습니다.몇 년 전,한 특급호텔에서 미국 톱스타 방한에 맞춰 그의 이름을 딴 채식 비빔밥을 메뉴에 올렸던 것이 크게 주목받은 적이 있었습니다.채식주의자인 그는 우리나라에 머무는 동안 두고두고 이 음식을 즐겨 먹었다고 합니다.이러한 이벤트는 뜻 깊은 연구를 이어온 한식 연구가들의 눈에 자칫 한식을 너무 가볍게 여기는 것으로 보일 수도 있지만 전통과 고집,장인정신을 중요하게 생각해왔던 한식 문화의 내부에 조용한 자극,즉 전통을 파괴하는 것이 아니라 새롭게 거듭나고 개발해야 한다는 자극이 되었을 것으로 봅니다.더불어 한식의 가능성에 대한 기분 좋은 전망까지 말입니다.




물론 전통 한식으로 남아야 더욱 가치가 있는 음식들도 있습니다.한식 내의 몇 가지 하위 개념인 사찰 음식,궁중 음식 등은 그 독특한 계급 문화를 반영한 음식으로 소개해 한식에 대한 관심을 끌 수 있습니다.프랑스 음식에 전 세계가 그토록 열광하는 이유 뒤에는 프랑스 음식=귀족 음식 문화라는 인식도 작용하기 때문입니다.우리의 이러한 음식들은 독특한 동양의 문화로서 다채로운 시각으로 소개될 수 있을 것이라 믿습니다.

또 대대로 도자기 문화가 발댈해온 경기도 이천 지방을 중심으로 테이블 세팅 전시회나 각종 식문화 이벤트가 열리고 있는 것도 반가운 일입니다.다만 이런 문화적 흐름의 중심에 한식을 연구 개발하고 세계적으로 알릴 수 있는 취지가 숨어 있어야 할 것입니다.




우리 음식의 줄기를 더듬어 보면 서양에 비해 식재료가 풍부하지 못했던 환경에도 불구하고 효과적으로 음식을 개발해왔음을 알 수 있습니다.농경이 발달하면서 곡물이 주요 에너지원으로서 가장 중요한 자리를 차지했고,부식으로서 채소가 비타민과 무기질을 공급했습니다.사계절에 걸쳐 달리 자라나는 채소를 이용한 나물 문화는 순하고 자연스런 식생활을 대표합니다.또한 자연 그대로의 채소를 이용한 쌈 문화는 최근의 자연식 붐과 호흡을 같이 하며 복을 기원하는 주술적인 의미도 찾을 수 있었습니다.

콩과 소금 그리고 발효의 힘을 이용한 장류는 채식 위주의 식생활에 주요한 단백질 공급원으로서 영양의 균형을 찾아주기도 했습니다.젖산을 통한 발효로 전혀 새로운 영양을 공급해준 김치는 두말할 것도 업습니다.우리 음식의 영양을 논함에 있어 가장 자주 쓰였던 말이 항암,항산화,노화 방지였다는 점을 상기한다면 현대의 식생활에서 우리 전통식이 어떤 위치를 차지할 수 있을지는 자명한 일입니다.




세계적으로 장수하는 음식으로 꼽히는 요리나 음식은 있습니다.앞서 말한 내용대로 항산화 작용으로 주목받는 프렌치 패러독스의 레드와인,우리 몸에 유익한 고밀도 콜레스테롤을 높여 저질 콜레스테롤이 혈관에 눌러붙는 것을 방지하는 올리브 오일처럼 건강에 좋다고 인정되는 음식은 나열할 수 있습니다.하지만 한식처럼 종합적으로 우수한 식문화를 가진 나라들은 많지 않습니다.우리의 음식은 채식 안에서 영양의 균형을 찾고자 하였기에 현대의 식생활에 본받을 만한 의미가 있고,특히 다양한 발효 음식을 통해 독창적인 식문화를 꽃피워왔습니다.그러나 한식이 이렇게 영양학적인 경쟁력을 갖고 있다고 해도 진정 세계적인 음식으로 발돋움하기 위해서는 부족함이 있는 것이 현실입니다.

서양 음식들이 맛 못지않게 추구하고 있는 아름다운 음식의 모양새와 상차림법 등에서 말입니다.

한식의 요리 한 접시,밥 한 그릇을 따로 논해서는 의미가 없습니다.한식은 밥과 부식이 동시다발적으로 차려지는 한 상 문화이기에 그러합니다.한식연구가들은 한식을 세계에 수출하기 위해서는 음식 중심이 아닌 한 상 중심의 상차림 연구가 더욱 필요하다고 입을 모읍니다.구미를 당길 수 있는 예술품으로서의 한식 차림에 대한 고민을 바탕으로 전통적인 식생활을 지켜가야 할 것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