돈의 기원과 탄생 배경

돈이 탄생한 정확한 시점은 알려지지 않았습니다.돈이 문자보다 먼저 등장했을 가능성이 높기 때문입니다.적어도 5천 년 전부터 농업을 기반으로 하는 여러 고대 문명에서는 서로 사고파는 생산물의 가치를 평가할 척도가 필요하기 시작했습니다.사람들에게는 돈이 필요했고,돈의 토대는 상호 간의 신뢰라는 단순한 개념이었습니다.

이 점토판은 고대 수메르 왕국의 도시 수사(Susa,오늘날 이란에 속해 있다)의 유적에서 발견되었다.기원전 3200~2300년 사이의 것으로 추정되는 이 점토판에는 경제적 거래 내역이 기록되어 있다.수메르인은 사회가 고도화하는 과정에서 세금,식량,농업,생산물,공물 등에 관한 기록이 필요해지자 세계 최초로 문자를 고안해 사용한 듯 하다.

기원전 3200년경 메소포타미아 문명에서는 역사상 최초로 돈의 개념이 탄생했고,오늘날 우리가 "돈"이라고 부르는 것을 이용한 최초의 실험이 몇 차례 행해졌습니다.이후 메소포타미아 문명에서는 하나의 물건을 비슷한 가치의 다른 물건과 바꾸는 '물물교환'과 한 사람이 다른 사람에게 물건을 제공하는 '선물경제'가 점차 실물화폐에 자리를 내주게 되었습니다.실물화폐의 가치는 실물화폐의 원료(금이나 은)에서 비롯되었습니다.

메소포타미아 문명의 "셰켈(Shekel)"은 보리의 양을 가리킵니다.통화단위뿐만 아니라 무게단위로도 쓰였고,재화의 수입과 수출을 비롯한 교역의 발생을 촉진했습니다.셰켈은 구약성서에도 등장합니다.예를 들어 구약성서에서 요셉(Joseph)이 미디안 사람들(midianites)에게 은 20셰켈에 팔려간 이야기가 나옵니다.

고대 이집트에서는 엄격하게 통제되는 중앙집권적 경제가 발전했습니다.이집트인은 표준 중량의 곡물 자루와 데벤(deben,약 91g의 구리나 은)을 통화로 삼은 일종의 물물교환 제도를 이용했습니다.일꾼들의 급료는 곡물로 지급했습니다.물가는 전국적으로 일정하게 유지되었고,거래 내역은 교역의 편의를 위해 기록되었습니다.이때 곡물이 다른 재화를 '구입'하는 돈의 역할을 맡았습니다.

이처럼 가치척도의 역할을 떠맡은 돈은 널리 유통되기 시작하면서 자연스레 법률의 지배를 받게 되었습니다.고대 바빌로니아 왕국에서는 함무라비 왕이 기원전 1750년경 자신의 이름을 딴 함무라비 법전(Code of Hammurabi)을 제정했고,부채의 이자와 벌금의 납부를 규정한 법을 만들었습니다.돈은 점차 상업적 계약을 이행하고 재산의 매각과 구입을 처리하는 수단으로 발전했습니다.

유프라테스 강과 티그리스 강 사이에 위치한 메소포타미아 지역은 비옥한 초승달 지대(fertile crescent)나 문명의 요람으로 알려져 있다.이 지역은 대략 오늘날의 이라크에 해당한다.비옥한 농경지와 풍부한 생산량을 자랑한 메소포타미아 지역에는 사람들이 몰려들었고,기원전 3500년경에 수메르인이 이곳을 차지했다.

조가비 화폐는 고대 세계의 여러 지역에서 쓰였습니다.기원전 1000년대에 중국의 한자로 작성된 장부에는 개오지 조가비가 나옵니다.조가비 화폐의 가치는 조가비 특유의 장식적 속성에서 비롯되었습니다.조가비 화폐는 세계의 모든 대륙에서 장신구와 통화로 사용되었고,특히 아프리카에서 여러 세기에 걸쳐 명맥을 유지했습니다.어떤 개오지 조가비는 점점 교환가치와 동의어로 쓰이면서 '돈 개오지(money cowrie,라틴어 monetaria moneta에서 유래한 낱말)'라는 이름을 얻기도 했습니다.